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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추천

<책추천> ‘작은 파티 드레스’-크리스티앙 보뱅/글쓰기와 독서에 대한 아름다운 에세이

by 러브칠복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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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브칠복 입니다. ^^

오늘 제가 추천할 책은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 입니다.



<책 소개>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의 산문집 『작은 파티 드레스』를 출간한다. 자신이 태어난 도시 크뢰조에 머물며 오로지 글쓰기에만 헌신하고 있는 이 작가는 침묵 속에서 건져 올린 깊이 있는 사유와 어린아이와 같은 그의 순수한 미소를 닮은 맑고 투명한 문체로 프랑스 문단과 언론, 독자들 모두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보뱅의 책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일상과 자연을 주시하고 예술에 감응하며 주변의 인물들에 귀 기울이는데, 이 모두는 보뱅의 시선과 문장들로 빛을 발한다. 보뱅의 산문집 『작은 파티 드레스』는 독서와 글쓰기로부터 출발해 고독과 침묵, 우수와 환희가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를 지나 마침내 ‘사랑의 시’에 이르는 아름다운 여정이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삶은 “우리를 잠시도 놓아주지 않는 삶’이며, ‘신문에 나오는 이야기들처럼 온갖 잡다한 것들의 축적으로 질식할 듯한 삶’이라 말하는 작가는 소음과 부산함으로 가득한 출구 없는 세상에 출구를 그리고, 깊은 사색으로부터 퍼지는 변함없는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우리를 안내한다. 짧은 서문과 잇따르는 아홉 편의 텍스트를 모아 엮은 길지 않은 산문집이지만, 멈춰 서서 매 문장의 숨결과 향기, 떨림에 몸을 맡겨야 하는, 잦은 숨 고르기가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총 136쪽의 얇은 에세이 입니다.
제목을 들으면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어려운데 서문을 읽어보고는 무릎을 탁!
서문에서부터 책에 매료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서문이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그리고 책, 독서, 글쓰기로 시작해 사랑으로 마무리 되는 총 9개의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 하나 읽어 가면서 밑줄을 그어야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이 많아 간혹 무슨 뜻일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섬광처럼 번쩍이면서 마음을 툭 건드리는 좋은 문장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책 속 문장>


🔖책이라면 손도 대지 않는 부자들이 있는가 하면 독서에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긴 가난한 사람들도 있다. 누가 가난한 사람이고 누가 부자일까. 누가 죽은 사람이고 누가 산 사람일까? 답변이 불가능한 질문이다.

🔖 발작 상태는 세상의 본성이다. 전쟁이 잇따르고 발명도 이어진다. 총매상고가 집계되면 자살률도 집계되며, 기아의 저편에는 달콤한 환락이 자리한다. 세상은 그것들 모두의 잡탕이다. 그것들이 모두 함께한다. 사랑만 예외이다. 사랑은 그 무엇과도 함께하지 않는다.

🔖 삶에서 처음 마주치는 피로의 얼굴은 어머니의 얼굴이다. 고독에 지친 얼굴이다. 갓난아이는 꿈과 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피로를 가져다준다. 피로가 맨 먼저이다.

🔖 책에 담겨 있고 당신의 눈과 삶의 저변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반짝이는 진실의 핵을 건드리지 못한다. 당신의 눈 속, 삶의 저변. 즉 근원에 가 닿는 또 다른 독서만이 당신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당신 안에 자리한 책의 뿌리로 직접 가닿는 독서, 하나의 문장이 살 속 깊은 곳을 공략하는 독서.

🔖 날이 선 피투성이 문장. 빛이 사라진 헐벗은 심장. 신경을 두드리는 잉크의 비. 이 언어가 현기증을 일으킨다. 영혼의 우물 속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당신을 당신 자신의 어둠 속에 난데없이 데려다 놓는 한 줄기 빛처럼, 이 문장들이 당신 안에 울려 퍼지자 심연이 입을 벌린다. 책의 페이지들이 한 장씩 넘겨짐에 따라 서서히 현기증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명징한 말들이 불러일으키는 현기증이다.

🔖 집에 다다르기 전, 그러니까 5분 안에 해답을 찾아낼 것. 결국 게임 종료 직전에 당신은 답을 발견한다. 부부란 김빠진 삶의 장이고, 열정은 분열된 삶의 장이다. 그런데 사랑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집 문 앞에 선 채로 웃음을 터뜨린다.

🔖 당신은 한 책에서 다른 책으로, 이 야영지에서 저 야영지로 옮겨간다. 그렇게 독서는 끝이 없다. 사랑이 그렇듯이, 희망이 그렇듯이, 실현의 가망 없이.

🔖 책을 읽은 뒤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두 문장 기억이 날까? 누군가 아이에게 성(城)을 보여준다고 하자. 아이는 세부사항만 볼 것이다. 두 개의 돌 사이에 돋아난 풀 한 포기 정도. 마치 그 성이 발하는 진정한 힘이 광기에 찬 한 포기 풀의 떨림에서 비롯된다는 듯이 말이다. 당신은 이런 아이와 흡사하다. 당신이 사랑하는 책들은 당신이 먹는 빵과 뒤섞인다. 그 책들은 스쳐 지나간 얼굴이나 맑고 투명한 가을 하루처럼 삶의 온갖 아름다움과 운명을 같이 한다.

🔖독서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전혀 혹은 거의 쓸모가 없다. 사랑이 그렇고 놀이가 그런 것처럼. 그건 기도와도 같다. 책은 검은 잉크로 만들어진 묵주여서, 한 단어 한 단어가 손가락 사이에서 알알이 구른다.

🔖 내가 책을 읽는 건, 보기 위해서예요. 삶의 반짝이는 고통을, 현실에서보다 더 잘 보기 위해서예요. 위안을 받자고 책을 읽는 게 아닙니다. 난 위로받을 길 없는 사람이니까.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책을 읽는 것도 아니에요. 이해해야 할 건 하나도 없으니까. 내가 책을 읽는 건 내 삶 속에서 괴로워하는 생명을 보기 위해섭니다. 그저 보려는 겁니다.

🔖 우리는 오로지 부재 속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고, 결핍 속에서만 제대로 말할 수 있다. 구걸하는 이 여인의 순결한 얼굴을 보려면 노트를 한 장 한 장 넘겨볼 수밖에 없다. 저녁 시간 차곡차곡 쌓이는 그 글들을 바라볼밖에. 어린아이의 잠 속에서 불어나는 엄청난 유산이다.

🔖 실제로 속도를 늦추고 시간을 들일 때에만 가능한 ‘독서’는 우리가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세계를 엿보게끔 기회를 제공하는데, 타인을 지향하는 이 행위는 사랑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피로와 지속적인 분망함 속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 책, 독서, 글쓰기라는 화두에서 시작해 사랑의 시로 마무리되는 책.


지금처럼 초여름 날씨에 읽으면 그 감동이 더 배가 될 에세이. ‘작은 파티 드레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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